희재문장호

화론[畵論]

문인화(文人畵)의 운취(韻趣)

문인화라 함은 기운으로서 주를 삼고 사의(寫意)로서 법을 삼고 붓의 정교함과 먹의 취향을 높고 빼어남으로 삼고 간단하고 편리함과 조용함으로 신묘함을 삼아서 붓 끝에 생각한 바를 모아 화면에 다 옮기면 문인의 작품에 손실이 없을까 생각해본다. 붓을 사용함에 있어서 붓이 건조하고 먹이 말라서 뼈만 있고 살이 없으면 두텁고 연약함이 너무 심해서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사생의 경치가 마음속에서 허락되어 붓 끝에서 형상화되어 수천의 언덕과 수만의 골짜기등 중첩된 뫼뿌리와 겹겹이 싸인 좋은 경치를 이루어 무궁무진하게 펼쳐진 모습들을 그리려면 붓의 정교함과 먹의 절묘함이 서로 어우러져 가히 그림을 그려낼 것이다.

어주하소지 어주하소지(漁舟何所至) / 한지에 수묵잠채 / 68 x 45cm / 1990년대 초

기운생동(氣韻生動)

기운이란 것은 배우지 않아도 나면서부터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자연은 하느님이 주신 것이나 자연과 인간이 서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만권의 책을 읽고 천리의 길을 다녀 보아야 하고 가슴속에 진탁한 기운을 탈거해서 자연의 언덕과 골짜기가 마음 안에서 정리되고 이루어져서 손을 따라 그려져 나와야 산수의 싱그러움을 전할 수 있을 것이며 모든 물체가 마음과 손이 함께 상응해야 서로의 싱그러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뼈만 있고 살이 없으며 두텁고 연약함이 너무 심하면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사생하는 경치가 마음 속에서 허락되어 붓끝에서 형상화되어 수천의 언덕과 수만의 골짜기등 중첩된 뫼뿌리와 겹겹이싸인 산자락이 더할 수 없는 좋은 경치를 이루어 무궁무진하게 펼쳐진 모습들을 그릴려면 붓의 정교함과 먹의 정교함이 서로 어우러져야 가히 그림을 그려 이루어 낼 것이다.

기(氣)라는 것은 필기가 있어야 하고 묵기나 색기가 함께 어우러져야 기운이 생동한다 할 것이다. 그림을 그리는 데는 산에 태점을 찍지 않으면 생기가 없으나 혹 질게도 하고 혹 담하게도 하고 짙고 옅게 하는 그 사이에 한점이라도 더 많이 찍고 적게 찍는 묘함이 밀밀하고 소소하게 하는 것이 쉬운일이 아닐 것이다. 산수화의 어려움은 지척의 사이에 천리만 리의 형세가 있으니 그림이란 것은 천하 변통의 대법이다. 그러므로 군자는 옛것을 빌려서 오늘을 열어주니 즉 온고지신이란 말로 미루어 알아야 할 것이다.

추강모애 추강모애(秋江暮靄) / 한지에 수묵담채 / 70 x 92cm 1990년대 중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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