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산 문창규
호는 율산(栗山), 고종 6년(1869)에 태어나서 단기 4289년(1956)에 돌아가셨으니 왕조의 비운과 왜정의 질곡과 민국 초의 혼란과 경인년의 난리를 모두 겪으신 분이다. 전라남도 나주 백이동에서 평생을 관동 몇 사람에게 글 가르치는 일을 즐거움으로 삼아 살아가면서 보고 느낀 것을 시와 문장으로 썼다.
율산 문창규
怪石 (괴석)
一片猶餘彩補天 (일편유여채보천) 하늘을 기우리다 한조각 남은 빛이,
何時寄出好山川 (하시기출호산천) 좋은 산천에서 어느 때인가 뽑혀나오고.
來作閒人庭畔物 (래작한인정반물) 한가로운 이의 뜰에 볼만한 물건이 되며,
雲根苔點老千年 (운근태점노천년) 구름의 뿌리에 오랜 세월 덮인 이끼로다.
冬至日始敎六歲章孫 (동지일시교육세장손) 동짓날에 여섯 살 된 장호 손자를 가르치다
稚孫招讀字 (치손초독자) 어린 손자를 불러 글자를 읽게 하니
病目忽還明 (병목홀환명) 피곤한 눈이 문득 환해진다.
只作生前計 (지작생전계) 다만 살아 있을 때의 계책이지
不求死後名 (불구사후명) 죽은 뒤 명예를 구하는 게 아닌 것을
陽脈春初動 (양맥춘초동) 빛의 맥락은 초봄에 움직이고
雷聲夜自鳴 (뢰성야자명) 우뢰 소리는 밤에도 스스로 운다
老慾終爲大 (노욕종위대) 늙은이 욕심이 끝내 많아서
五家賴爾成 (오가뢰이성) 집안을 이 아이에게 의지해 본다
有懷 (유회) 이 생각 저 생각
欲守看書志 (욕수간서지) 책과 더불어 함께하려는 뜻을 지녀
不辭就木時 (불사취목시) 죽을 때까지 그 뜻을 저버리지 않으려 하지만
西山藢亦老 (서산치역노) 서산엔 고사리 또한 늙어 버렸으니
誰救伯夷飢 (수구백이기) 누가 백이의 굶주림을 구원할까?
詠五烈士義蹟(영오열사의적) 의로운 다섯 열사의 업적을 읊으며
安中根 (안중근)
雷動何天霹 (뢰동하천벽) 우레가 저 하늘을 어떻게 쪼개었는지
日光頓欲收 (일광순욕수) 햇빛마저 문득 거두어 버렸구나
一噓胸裏氣 (일허흉리기) 가슴속 한 기운을 불어내어서
快殺舊邦讐 (쾌살구방수) 나라 원수를 통쾌히도 죽였구나
李奉昌 (이봉창)
一誓專忠義 (일서전충의) 오로지 충의를 행하려고 맹세하여
不羞變姓名 (불수변성명) 성과 이름 바꾸는 일 부끄러이 않여겼네
敵王警失魄 (적왕경실백) 일본 왕이 놀라 넋을 잃어버린 건
爆起博浪聲 (폭기박랑성) 박랑사에 포탄소리 일었기 때문이라
李儁 (이준)
海牙能剖腹 (해아능부복) 해아에서 능히 배를 가르니
灑座血鮮明 (쇄좌혈선명) 그 자리에 뿌려진 선혈 붉어라
悲壯嵩聲裏 (비장숭성리) 비장하게 지르는 굳센 소리에
一時萬國驚 (일시만국경) 한 때 온 세계가 놀랐어라
尹奉吉 (윤봉길)
石盟漰國志 (석맹붕국지) 돌 같이 맹세한 나라 위한 뜻을
藏畜一平生 (장축일평생) 평생을 쌓고 감추어 두었다가
霹火生虹口 (벽화생홍구) 홍구공원에서 벼락불을 일으키니
群羊不敢聲 (군양불감성) 양떼 같은 저 무리들 감히 소리도 못 지르네
白貞基 (백정기)
滿腔義血沸 (만강의혈비) 가슴속에 끓는 의로운 피
積苦十多年 (적고십다년) 쌓이고 쌓이기를 십년 넘도다
敵獄千秋恨 (적옥천추한) 적의 옥중에 서린 천추의 한
只應上徹天 (지응상철천) 응당 하늘도 감동했으리